140501 토포비치에서

여행 2014. 5. 3. 05:52
인도에 있을땐 "인도사람"같다는 말이 큰 칭찬이었다. 그만큼 현지화 된것이고 여유로워 보인다는 말이었으니, 나는 어디서나 여유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제. 그제 이틀은 정말 오랫만에 여유가 없고 당황했었다. 아마도 초등학교때 발표 나가기 직전의 느낌. 아니 그 보다 더 여유가 없었다.
첫날 스쿠버 다이빙을 나갈땐 긴장은 했지만 자신만만했다. 나는 여신이니까. 내가 당황이런걸 할리가~ 그런데 물에 뛰어드는 방법이 필리핀에서 했을때랑은 다른거다. 크~ 은 배로 서서 점프하던거와 달리 구명 튜브 보트같은 것에 10명이 타서는 동시에 뒤로 넘어 들어간다. 마스터나 가이드가 날 봐주지 않는다. 게다 슈트에 공기를 다 넣고 들어가서 둥둥 떠있다가 공기를 빼면서 들어가는것이 아니라. 공기를 다 빼고 들어가서 그대로 쭈욱 가라져야한다. 가라앉기도 힘들지만 가라앉으면서 일행들을 찾아가며 이콰이징 하며 헤어쳐야 하는것이다. 열심히 쫒어갔더니 다른 일행은 오지 않고 마스터인 넥만이 있었다. 그만 보고 내려왔더니 오바페이스 한거다. 갑자기 숨이 차기 시작했다고 . 그리고 겁이 났었나보다. 겁이 나는것도 정말 오랫만이다. 십년도 넘었을걸? 헥헥 거리다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 라는 겁이 나서 넥에게 올라가겠다고 했다가, 정말 돈이 아까워서! ㅎㅎ 잠깐! 이란 수신호를 보내고 평정을 찾았다.. 그 삼사분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당황스럽고 무서운 순간이었다. 아마 물에서 빠져죽는 사람은 겁먹어서 일거야...
그리고 유영을 하다 나와 요셉. 한명의 서양언니는 27분만에 산소를 다 써서 나오고 나머지들은 44분을 하고 나왔다. 요셉도 태국에서만 하다가 여기서 당황해 버렸다.
시작이 무서웠다고 아줌마 일행에게 말하니 자신은 40번을 넘게 했는데도 아직도 시작이 무섭다고. 얘기해 주었다. 초짜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베태랑 일행들이었다. 중간중간 정검도 살짝 살짝 해주었다. 이런 다이버가 돼야지. 여유롭고 다정하고 겸손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나와 요셉은 고래상어와 만다레이를 보기 위해 왔는데, 그들도 물론 그렇지만 보지 못했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외에 봤던 바다생명체들을 공유하고 감탄하고 즐겼다.
아무튼 첫날 저녁 이불을 막 걷어차거싶운 가분도 오랫만에 느꼈다. 아! 무섭다. 아쉽다.. . 쪽팔려! 그렇지만 다이빙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음날인 어제, 우린 또 다이빙을 했다. 이번에도 거의 같은 일행들이었다.
그런데 운이었는지 실수였는지 내 고글이 들어가자마자(아주 근사하고 여유롭게 잘 들어갔음. 이콰이징도 멋졌음!) 끊어진것이다. 그래서 또 잠시 더 당황하다가 다시 바다 위로 올라와서 고글 바꾸고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너무 아름다운 바다를 만났다.
천천히 유영하며 바다를 즐기는데, 일행보다 조금 위에 있다 싶더니 혼자 수면의로 올라와 버린거다. 버디인 요셉도 놓치고 일행들도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텐데! 아무튼 배가 급히 오고 장비를 다시 올리고나니 다른 스탭한명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산소통을 큰걸 찾는데 벨트 무게도 많고해서 몸이 무거워 공기를 자꾸 넣다보니 훅. 뜬것같다. 젠장!!! 한참 부족하다.
다시 들어가겠냐고 묻길래 당연히 다시 들어갔다. 세번째 입수! 어제 시작이 무섭다고 했더니 시작만 세번하게 되는구나. 연습하라고. ㅎㅎㅎ
들어가서 또 얼마 안있다 다 같이 올라왔다. 타임은 35분. 산소는 100이 남았는데! 이번 유영은 떠오른거 빼곤 성공이었는데, 나는 내 수준을 알았지. 역시. 동남아에서 자격증 따고 한번더 한 수준으론 세상밖으로 나오면 씨알도 안먹힘다는것. 자주 뛰어주고.. 공부해야한다한다. 고래상어와 만다래이는 결국 못봤지만, 아름다운 생명체를 여유롭게 보았다. 만족한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다양한 감정의 느꼈다.
서른이 넘어서는 늘 여유롭고, 행복하고, 즐겁고, 나는 초월한듯이 감정의 흐름이 평화롭고 즐거웠는데, 이곳에서 단 이틀만에 두렵고, 쪽팔리고, 당황하고, 좌절하고, 다시 각오하고 오기가 생기고.. 사춘기나 이십대때에 늘 있었지만 삼십대에 어느 안정기에 들어서 내가 잘할수 있고 . 내가 여유로울 수 있는 수준에서만 생활하며 느끼지 못했던에서 불안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거다. 이런 감정이 생기면서 나도 어?! 이게 얼마만이야. 나 그건 편하게 안주하면서 잘난척하고 살았던거구나.. 라고 스스로 깨닭게 된거다. 그게 나쁜건 아니다. 다들 그렇게 살고있고 그게 삼십대 중반이후면 당연한거겠지만, 나는 똘아이처럼 살고싶었고 그렇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내 라운딩안에서만 살고 있었던거다. 한계에 부딭혀보는 경험을 하진 않고 있었던거지!
세상밖으로 나오길 잘했다. 그럼에도 이 불안하뫄 한계를 포기할 생각을 하진 않는다! 나는 나니깐!
내 자존감이 높아서 다행이다
"오늘은 잘 못 했지만, 다음번에는 더 잘하게 될거야!" 마스터 넥에게 말했다.

이 허세를 실현시켜야지.
그런의미에서 다합에서 마스터를 따고싶다! 그렇지만, 아이쌉언니와 만나야하고 쉥겐조약도 걸리고 일정이 어찌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하루 쉬고 있는중! 내일은 마푸토로 갔다가 스와질랜드로 들어가는데, 요셉은 여기까지 와서 고래상어나 만다레이를 보지 못하는것이 아쉬워 머리가 복잡한 모양이다! 나역시 고민인데... 글쎄 또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오늘 이 여유가 좋다. ㅎㅎ

참. 사랑하면 알고싶어진다. 아직 알고싶은 사람은 못만나놓고, 언제나 가른곳에서 알고싶음.이 생긴다~ ㅎㅎ
지금은 바다다.. 이틀간 본 바다 생명체들의 이름을 알고싶다. 영어로 솰라솰라해서 뭔지 모르겠다. 아름다운데 그 생명 하나하나의 이름을 모르는것이 아쉽다.. 동물 보감이라도 봐야하나?

ㅡ2014.5.1 이틀의 다이빙을 마치고 해변에 앉아있음. 바다. 바람이 많은 토포비치! 나비가 있고, 밤에는 별이 헤아릴 수없이 많은 곳! 음악이 늘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것이 다 있다. 우리언니들이랑, 내 친구들이랑만 있으면 여긴 천국일지도~
Posted by heyuse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