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08-10 케이프타운

여행 2014. 6. 1. 15:17
어제는 혼자 버스를 타고 아무데서나 내려 여행을 해볼까 하고 나가다 뒷산을 발견하고 물어물어 올랐다. 오르는 길이 없어서 철조망 두개를 뚫고(이미 누가 뚫어놓은 개구멍이 있었으니 내가 발견한 길이 아니라 나는 누군가가 다닌 길을 가고있던게지만) 열심히 잡초와 억세들을 제쳐다며 무조건 오르기만했다.출발지점에서 뱅 돌며 올라가고있다는것은 방향치인 나도 알수있었지만, 왠지 이 산 전체에 나 혼자라는 사실이 오히려 묘한 안도감과 성취감을 주어 포기할수가 없었다. 한참을 올랐다. 동내 뒷산도 싫어하는 내가 한시간쯤 헤매며 올라가니 땋! 차 도로가 놓여있었다. 차가 다니는 유명한 관강지였다. 이 일대를 다 볼수있는.. 관광차 몇대와 차들에서는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중국인 단체관광인들이었다. 순간 나는 중국인이되었다. 특별한것은 없었다. 혼자 헤매며 나는 특별하다. 자유롭다. 라고 생각했지만... 정상에서는 사람들이 한가득. 나는 그저 중국인이 될 뿐이었다. 올라오며 했던 자만심이 피식거리는 웃음과 함께 날라갔다.
사실 별 언덕은 아닐지모른다. 하지만 나는 산을 싫어한다고~ 그리고 다들 내가 이 산에 오르는지 모르니깐, 내가 죽으면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거라는 두려움도있었다.. 길에서 객사하고싶다고 했던 내 자신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젠 다르다. 내 죽음을 사람들이 알고 슬퍼해주면 좋겠다. ㅎㅎ
그래도 나는 특별하고프다. A그룹,B그룹의 팻말이 돌아다니고 중국인들이 모이기 시작할때 나는 산속을 또 뚫고 걸었다. 찻길로 가지 않기위해 애쓰며~ 그리고 곧 아름다운 능선을 만났다. 그 바다와 그 산맥줄기들을 뭐라 표현할까.. 거제에서 언니랑 산맥 등산을 하던때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금 더 웅장하고 조금 더 위험하다. 바람이 무척 거친데, 주위에 나무 한그루가 없다. 맨몸으로 바람과 싸우며 평형을 유지해야한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어렵지 않은 걸수도있다. 나는 그저 내 수준에서~ ㅎㅎㅎ
한참을 걸었더니 바위 산이 보였다. 사실 바위산은 애초에 보였지만, 더 더 가까이 곁으로 다가왔다. 이 산은 라이언헤드 이다. 그 위용이 사자 머리같다.
잠시 비가 온다. 옷이 젖었고 춥다. 그러다 또 해가 쬔다. 옷이 마르고 썬크림이 필요하다. 아이언헤드 꼭데기에 오를때쯤 갑자기 비가 막 쏟아진다. 세상은 온통 내 발 아래 있는데, 이 비땜에 추위에 돌돌 떨다니..
큰 나무 하나에 몸을 의지하다 비를 맞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하산... 하산중에 앞에 나타난것은 테이블 마운틴이다.
산밑에서 만난 흑인 아저씨에게 내가 이 길로 가면 테이블 마운틴으로 갈수있냐락고 했더니 놀라며(내 상상일지도 모른다. 내게 들리는 모든 영어는 다 내 상상력에서 나온다! ㅎㅎㅎ) yes. u can. keep going~ 이라고 했던것이 생각났다. 이래서 놀랐나?
비를 맞으며 테이블마운틴으로 걸을지를 생각하다 중턱까지 다다랐을때 cable close. 을 발견했다. 케이블카가 안하는것 뿐이지만. 진짜 비가 어마하게 왔으니 포기. 요셉이나 문이 오면 그때 함께 하기로 한다.
또 비를 피하다 두명의 흑인 언니들을 만났다. 큰 나무 밑에 앉아 있느는 날 발견하고 그들도 비를 피해 온 터였다.
여기서 뭘 기다려?(다시 말하지만, 상상일지도 모른다) 라고 묻길래 비가 가길 기다려. 라고 말했더니 막 웃었다.
그들이 버스를 발견했고 함께 웃으며 뛰어가 흑인들만 타는 로컬 버스(봉고)를 흑인들처럼 고개 꾸겨가며 서서 타고 가다가 언니들과 인사하고 롱스트릿에 내렸다.
나는 아직 배가 고팠다. 테이블 마운틴을 못가서가 아니라 진짜 배가 고팠다. 아침 10시에 나와 두시반이었다. 오랜지 두개 까먹고 나온터였다. KFC가 보인다. 어제처럼 하기로 한다. 점심에 KFC세트를 5천원에 사서. 남겨서 저녁에 먹는거다.(위가 줄어서 그렇습니다. 돈 없어서 그런거 아닙...)
배가고프니 6천원 짜리로.
먹고 나오는 길에 해가 비친다.
운 참 좋다. 롱스트릿에 해가 비치고 젊고 세련된 이들이 거리를 활보할때 나는 그 해를 도로 한가운데 사거리에서 쬐고 몸을 말리고 있었다.
다들 나를 거지쯤으로 볼테지만, 몸이 따뜻하니 세상이 다 좋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이번엔 버스카드로 타는 신식 버스) 숙소에 돌아왔다.
어제의 하루는 혼자라 느낄수있는, 어리숙함이 만든 최고의 하루였다. 이래서 여행은 혼자해야 제맛이다.

오늘은 빨래를 했다. 밀린 빨래를 다 하고 있는데, 같은방쓰던 애가 다가와 세탁기보다 이게 더 좋은거야? 라고 묻는다. 나는 재빨리 세재가 없어. 라고 했는데, 그녀가 세재도 있어. 라고 했다! 갓뜨~ 사실 나는 20란드(세탁기 비용)를 아끼고자 한거였다. 오! 몰랐어. 고마워. 라고 하고는 다시 빨래 돌입.

도미방을 내 옷들로 치장하고는 입을 옷 없어 여름 옷들(사실 다 여름옷. 춥습니다. 아프리카!ㅠㅠ) 만 입고는 어제의 계획을 실현하고자 늦게야 나왔다.
나와 버스정류장에 있는데, 다시 봉고 아저씨가 "캠프베이"라고 외친다. 재빨리 탔더니 이번엔 조수석.
운전 아저씨가 이것저것 물어본다. 스시먹으러 가냐며.자기 스시 좋아한다며(상상입니다!ㅎㅎ) 그리고 내릴때 악수를 청하길래 했더니 손등에 뽀뽀했.. 쉣!
여행내내 느끼지만, 나는 자리운, 날씨운이 좋지않다. 고래상어보러 토포갈때도, 바라나시에 왔다갔다할때도 케이프타운도 내내 비가온다. 그리고 먹구름이 가득. 난 비를 좋아하니깐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거야. 라는 자뻑 여신 모드로 견디고 있는데, 이 해변에 들어서자 너무 춥다. 그런데.. 이 웅장함은 어쩌란걸까? 화창함에서는 볼수 없는 이 웅장함과 무게감. 영화 "폭풍속으로"가 생각난다. 해변을 찬찬히 걷는다. 음악도 벗고 파도소리를 벗삼아. 그리고 가만히 바다앞에 앉는다. 눈을 감는다. 바람과 바다가 만나 내는 소리가 첨엔 멀리서 들리더니 점점 귓가에서 그 위용을 드러낸다. 무섭다. 자연이 내는 소리의 위엄.
눈을 뜨니 바다가 파도가 구름이 하늘이 태양이... 빛남이 때론 뿌연 꿈같은 전경이 다시 펼쳐진다. 행복하다. 라고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날씨 운이 좋은것같다고도 생각한다..
이 무시무시하지만 아름다운 광경을 볼수있잖은가. 날씨가 흐려 사람도 많지 않고..
벤치에 나와 또 앉는다. 이번엔 음악과 함께.. 흑인 장사꾼들이 다가오다 내가 돈이 없단걸 알고 다들 친구모드로 바뀐다. 즐기라고 손가락도 치켜준다. 나는 늘 생각하지만 비주류랑 금방 친해진다. 내가 없어보여 그런가보다. ㅎㅎ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좋다.
지금은 카페에 앉아있다. 바다가 바로 눈앞에 있다. 페이스북에 커피가 먹고싶다고 했더니 타리가 당장이라도 돈을 보내주고싶다고 했던게 생각났다. 사실 2천원도 안하는데.. 너무 엄살 떨었나보다. 이 분위기에 커피 한잔 안해주면 여행자의 도리가 아니지...
그리고 나는 300원을 더 주고 빅 사이지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카페안에는 신나는 레게가 흐르지만 내 귀에는 막시밀리엄 허커의 잔잔한 노래다 흐른다.
커피는 맛있고 전망도 죽이고 외국이고(아프리카고!) 혼자고 빨래도 다했고 음악도 좋고 걱정할것도 없고 때때로 구름밖으로 햇살도 나와 따뜻하게 해주고.. 눈앞에는 외국인들이 영화처럼 왔다갔다하고 개들도 영화처럼 해변을 뛰어놀고.. 연인들도 벤치도... 지금 바로 다 꿈속같은 순간이다.
어제는 산이었고 오늘은 바다고 내일은 또 뭐가 기다릴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내가 나라 참 좋다. 내가 비주류라 좋고, 내가 또라이라 좋고, 내가 겁없어서 좋고 또 내가 멍청해서 좋다..
이 실수의 연속이 가져다주는 행운이 지속 되기를..
5/10. 저녁 5시가 되어가는 시간 여기 카페이름이 뭐지? 아무튼 켐스베이에서^^

그리고 숙소에 돌아오니 오늘 토요일. 벡페커스에서 브라이를 해서. 고기를 사다 구어먹고 마크와 앤드류와 니나와 열심히 놀았다. ㅎㅎ 말이 안통해도 친구가 될수있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0522-30) 나미비아 투어. 함께라 좋은 시간  (0) 2014.07.07
140511-20 케이프타운  (2) 2014.06.01
140505~07 더반  (0) 2014.05.07
140504 스와질랜드의 마지막 밤  (0) 2014.05.07
140504 마푸토에서 다시 하루.  (1) 2014.05.07
Posted by heyusea
,